최근에 아르카디아 대륙기행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쉬는 김에 공의 경계를 읽어봤는데 재밌네요.
아르카디아는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느라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고
멍한 상태로 읽다 보면 어느샌가 많이 진행되어서 앞부분을 다시 읽어봐야 합니다.
설정은 방대하게 짠 거 같은데 몰입할 수 있는 매력이 부족해요.
(예를 들자면 이 요리에 대해 궁금증이 있는 사람이라도
선생님이 쓸데없는 부분을 길게 늘여서 설명하느라 잠이 오는 기분.)
그에 반해 공의 경계는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본 내용이지만 책만이
표현할 수 있는 글의 매력이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샌가 빠져들고 있어요.
이런 걸 저는 작가의 필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상황에 대한 표현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비닐이 구겨지는 소리는 추운 옥상과 잘 어울렸다.' 라는 부분에서
전 신선한 느낌을 맛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은 게 얼마 만인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였나요?
한동안 무협이나 판타지 종류의 편향된 책만 읽었더니
뻔한 음식만 먹는 느낌이었는데 간만에 특식을 먹은 기분입니다.
필력에 대해서 잘 느껴보고 싶으면 한국의 양판소를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흥미가 생길만한 이야기를 넣긴 했지만, 작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서 글이 엉망이고 심지어는 작가의 나이까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죠.
편집장은 과연 이런 글을 출판할 마음이 생겼을까? 라고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글을 많이 써본 사람들만이 가지는 필력이 있어야 독자 입장에선 읽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필력이 느껴질 정도로 잘 쓴 글이라고 해도 나하고 취향이 다르면 재미없는 책도 있지만요.
공의 경계는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나름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는 나스 키노코의
책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러 고르지 않았는데 오늘 읽어보니 괜찮더라고요.
선입견을 품지 않고 읽어본다면 추천할만합니다. 애니하고 비교해보면
시키의 내면을 표현하는 부분이 자세하게 나와서 소설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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