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0일 토요일

뒤틀린 시간의 법정


재판에 참여한 방청객들의 질문에 자세하게 답변하는 재판관과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법원서기관.

재판관과 서기관의 대담 후 어떤 인물이 정신만 과거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한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게 됩니다.


과거와 미래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며 테트리스처럼 연결되는 인물들.

잘못 내려진 판결, 이미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는 다시 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


법정 용어가 나오긴 하지만 설명을 잘해줘서 그리 어렵진 않았고 재판과 타임슬립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허구추리 :강철인간 나나세


요괴가 두려워하는 청년과 요괴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소녀의 만남으로 시작되며

곧이어 등장하는 드레스 차림에 철골을 휘두르며 얼굴이 안 보이는 강철인간 사건으로 청년의 전 애인과 소녀가 얽힙니다. 


이 작품의 허구는 괴이를 말하며 추리는 허구를 덮기 위한 전략입니다만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2023년 9월 29일 금요일

니체가 교토에 와서 17살 나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

축복할 수 없다면 저주하는 법을 배워라 - 니체 

라는 문장이 처음부터 나오는데 프리드리히 니체가 정말 이런 말을 했나요?


소녀가 신사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빈 후 그녀 앞에 니체가 실제로 나타나 조언을 해줍니다.

코코아를 알고 있는 걸 보면 니체가 맞나 싶지만 소녀를 초인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초인이란 슈퍼맨이 아닌 어떤 부조리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란 뜻입니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강의를 하는데

니체는 인생에서 어떤 힘든 일을 만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그리고 가능하면 그것도 내가 원한 것이라고 생각하라. 라고 하네요.

이후에도 바그너, 쇼펜하우어, 사르트르, 하이데거 등의 여러 철학자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하이데거는 죽기 전까지는 자신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데 

지금의 내 인생이 어떤 것인지 단정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도록 하라는 거겠죠?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의심을 품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어렵지 않으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걸 깨닫게 해주는 학문이란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과거의 위인들이 현대에 나타나는 이야기는 많지만 철학자들이 나오는 건 처음이라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2023년 9월 26일 화요일

영매탐정 조즈카


혼령과 인간을 연결하는 영매

그런 그녀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소설가


영매는 자신이 이런 능력을 가진 건 억울한 죽음을 당한 혼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소설가는 그녀가 찾아낸 단서를 조합하여 사건을 해결합니다.

매력적인 여성이 나온다는 점에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비슷하지만 여기에선 범인이 누군지 밝힌 다음에 거기에 맞는 추리를 해낸다는 점이 다르네요.


후반부에선 이미 다 끝난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는데 담담해서 흥미로운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범인을 말하고 거기에 추리를 끼워 맞추는 식이라서 그랬던 걸 수도 있고요.

2023년 9월 22일 금요일

13.67


첫번째(2013)는 뤄 독찰이라는 홍콩 경찰이 상부가 주목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참고인들을 자신의 사부 관전둬가 있는 병원으로 초대합니다. 

사부는 현재 간암 말기 상태라 뇌파를 읽어내는 기기를 통해서만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사건 해결 100퍼센트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가진 경찰이기에 상부에서도 이런 심문을 허가해 준 거겠죠.

범인을 찾는 과정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게 기억에 남았고 마지막은 훌륭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두번째(2003)는 관전둬가 은퇴 후에도 경찰 일을 도와주고 있고 뤄 독찰이 중안조(한국의 강력계?)에 있을 때 홍콩 범죄 조직 간의 다툼에 유명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뤄 독찰과 관전둬가 용의자를 몰아넣는 부분은 흥미진진해서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첫번째는 그럭저럭이었는데 두번째는 정말 재미있네요.

독자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추리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줘서 이해하기 쉬웠고요.


세번째(1997)는 관전둬의 은퇴날에 벌어진 사건으로 뤄 독찰은 아직 독찰이 아니었고 관전둬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이 과거로 갈수록 관전둬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빠지게 되네요.


네번째(1989)는 관전둬가 분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천재적인 사건 해결 능력 외에도 생명을 중시하고 정의로운 모습이 왜 이사람이 대단한지 알게 해줍니다.

제자가 되기 전의 뤄 샤오밍은 살짝 지나쳐가는 수준으로 나오고요.


다섯번째(1977)는 홍콩의 경찰은 부정부패라는게 일상일 정도로 심해서 영국에서 사람을 데려와 조사를 하던중 담당자의 가족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때 관전둬는 납치범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사건 초기부터 세심하게 행동하는게 보통이 아니란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으로 두 가지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경찰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보여주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여섯번째(1967)는 홍콩에서 폭동이 일어나던 시기로 겉으로는 노동자들이 정부에 반발하고자 일으킨 거지만 속으로는 중국이 개입한 사건이었던 거 같습니다.

아칠이라는 경찰과 음료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이 나오는데 후에 관전둬가 왜 정의로운 사람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읽은 책 중에 재밌다고 생각한 게 한자와 나오키뿐이었는데 거기에 13.67이 추가될 정도로 좋았고 관전둬와 뤄 독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2023년 9월 18일 월요일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규슈 지역의 모지코 레트로가 배경으로 하얀색과 파란색을 보니 로손 편의점을 참고로 한 거 같습니다.

이곳에선 도시락을 매일 먹을 수 있게 하는 정액제 상품도 있던데 일본에선 이런 것도 있나 보네요?


폐품 수거부터 사람 찾기까지 해주는 무엇이든 맨, 삼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근육질의 빨강 할아버지, 남자든 여자든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페로 점장과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 편의점 옆의 취식 코너에서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며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해결 과정에서 편의점의 맛있는 음식들이 하나씩은 등장하더군요.)

2023년 9월 17일 일요일

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


주인공인 사토는 잠들었다가 갑자기 이세계로 가게 되었지만 사기적인 스킬과 무언가를 배우는데 필요한 능력 요구치가 낮기에 뭐든지 쉽게 배워버립니다. 

초기부터 능력치도 높고 돈도 많은 상태로 시작하기에 느긋하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진행하는데 저는 이게 좋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마랑 포치가 귀여워서 보는 이유도 있고요.


특이한 어미(~이어요)랑 이상한 단어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가벼운 느낌의 힐링물이라 계속 보게 됩니다.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도덕의 시간


자살인 줄로만 알았던 도예가의 집에서 이상한 문구가 발견되고 주인공에게 맡겨지는 과거의 사건에서 범인이 말한 문장과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13년 전과 현재의 사건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도덕이란 단어와 알 수 없는 살해 동기, 그 후에 말한 이것은 도덕 문제입니다.라는 한 문장. 


주인공에게 다큐멘터리 촬영을 맡긴 감독은 13년 전의 사건을 법률이 아닌 도덕적 관점으로 보려고 하는 걸까요?

취재 도중 목격자들의 증언에서도 등장하는 도덕이란 단어, 그들의 증언을 어떤 쪽으로 유도하는 듯한 인물.


작가의 다른 작품인 스완이나 라이언 블루에 비하면 흥미를 끄는 요소가 부족해서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처럼 현실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 책은 그 현실감이 짙어서인지 씁쓸함이 오래 남았습니다.

2023년 9월 9일 토요일

방주


대학시절 친구들이 모여 별장에 놀러 갔다가 산속에 기이한 건축물이 있다며 구경하러 갑니다. 

방공호처럼 지하에 지어진 곳인데 왠지 들어가면 안될거 같지만 사람들은 들어갑니다.


그러고 나서 입구가 막히고 바로 그걸 예상했다는 듯 말하는 인물을 보면서 그런 위험을 알고 있었다면 들어오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구가 막히고 반대쪽 비상구도 물로 막히고 아래에서부터 점차 물이 차오르면서 범인과 희생자 어느 쪽이든 억지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저는 입구를 막은게 범인이 한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장치였더라고요.

등장인물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입구를 막는 상황이 이상했는데 그게 범인이 아닌 작가라서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2023년 9월 7일 목요일

데프 보이스 (법정의 수화 통역사)


손으로 여러 가지 동작을 하며 수화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들리지 않는 사람을 농인, 들리는 사람을 청인으로 표현하며 수화에도 일본어대응수화, 일본수화, 구화로 여러 언어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덧붙여서 농인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듣는 게 안되니 말을 하는 것도 어려워서 수화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주인공은 농인 가족 사이에서 자라는 청인이기에 농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수화 실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농인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청인이라 어릴 때부터 소외감을 느끼면서 자라왔고 나이가 든 현재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의 소녀가 던진 질문에서 시작되어 깨닫게 되는 진실에선 여러모로 씁쓸함이 남지만 농인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농인을 장애인이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한다는 것도요.)

2023년 9월 4일 월요일

청춘치과 21번째 방문기

저번에 왔을 때 이갈이가 강해졌단 이야기를 듣고 

이번해에 사랑니를 3개나 뽑으면서 한쪽으로 씹은 것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물어보니 그것보다는 낮에 하는 행동이 밤에 영향을 줘서 이갈이 하는 거라고 

낮에 턱을 헐렁하게 만드는 연습을 자주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병원에 방문한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그게 잘 안된다고 타박하셨고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손꼽히는 실력으로 고난도의 수술을 몇십 번째 계속 성공하던 의료팀에서 연달아 세건 연속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병원장은 한적한 곳에서 근무하는 다구치 선생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의료 사고인지 누군가의 악의가 개입한 사건인지 알 수 없지만 계속 읽어볼 흥미가 생기네요. 


주인공은 부정수호외래라는 특이한 과의 의사인데 한마디로 겉으로는 다 나았지만 아직도 아프다고 믿는 환자들의 푸념을 들어주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사건의 관계자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이끌어내는 솜씨도 대단하죠. 


사망 환자의 공통점, 겉에서 보면 완벽하지만 속을 보면 삐걱거리는 팀원들.

왜 특정 조건하에서만 사고가 일어나는가, 현장에서 지켜봐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왜 사고가 일어나는가에 대해 집중하며 읽어나갔습니다.


나중에는 심문 능력이 뛰어난 후생노동성의 조사관이 등장하는데 말투가 독특해서 기억에 남더군요.

일본 의료계의 정치라던가 의학 정보가 나오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인물들 간의 농담도 있어서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습니다.

2023년 9월 3일 일요일

백성귀족


홋카이도 축산과 농업에 대한 걸 만화로 그려낸 책인데 진짜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일을 해서 농업인은 휴일이나 쉬는 시간이 없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농가의 간식이라면서 나온 감자떡은 찐 감자를 으깬 뒤 따끈따끈할 때 전분을 섞어 뭉친 뒤 동그랗게 썰어서 굽거나 찌는데 워낙 맛있게 표현해서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우리네 감자떡은 주로 전분으로 만들기에 맛이 다를 거 같아서요. 

그밖에 탑 같은 모양의 사일로는 목초를 위로 넣어서 사람이 밟아 발효시키고 그걸 사료로 썼다는데 현재는 위험해서 쓰지 않고 평지에 목초를 쌓아놓고 발효시킨다고 합니다. 

생물의 이야기를 다루는지라 잔인하거나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역시 고기를 먹고 있는 현대인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