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9일 목요일

꿀벌과 천둥


양봉을 하다가 콩쿠르 연주를 하러 온 소년

한때 천재로 불리다가 연주를 그만둔 이후 7년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소녀

음악을 관두고 직장인으로 살아가다가 28의 나이에 콩쿠르에 출전하게 된 아저씨

다른 콩쿠르에서 최고점을 받은 청년


소년 만화의 대결 구도처럼 쟁쟁한 실력의 참가자들이 연이어 나와 누가 우승할지 궁금해지게 만듭니다.


꿀벌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양봉 소년은 거장을 스승으로 두었다는 유명세 때문에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는데 

자유로우면서 완벽하고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연주로 관객은 물론 심사위원까지 놀라게 만듭니다.


콩쿠르 참가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재니퍼 챈의 연주가 파워풀하고 대중적인 음악을 추구해서인지 디즈니랜드의 어트랙션이라고 말하던데 잘 어울리는 단어인 거 같더라고요.


대단하지만 독창성이 뛰어난 탓에 싫어하는 심사위원도 있어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게 만드는 꿀벌왕자

한 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청년

꿀벌왕자를 통해 관객에서 음악가로 다시 시작한 천재소녀


이 작가의 작품은 두 번째지만 글을 참 재미있게 쓰네요. 덕분에 여기에 나온 곡들은 한 번씩 들어보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3일 금요일

양과 강철의 숲


홍차에 우유를 넣으면 큰비가 내린 뒤에 탁해진 강과 비슷한 색이 되는 밀크티.

냄비 바닥에 물고기가 숨어있을 같아 소용돌이치는 액체를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붉은빛을 띠는 수많은 나뭇가지 탓에 산 전체가 빛을 내뿜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

산이 불타는 것 같은 환상적인 불꽃.

봄이 온다. 숲이 지금부터 어린잎으로 뒤덮인다.


등의 수려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이라 상상력을 자극하기 좋았습니다.

양털 해머와 강철 현이 만든 피아노 소리를 숲의 풍경으로 비유한 것도 좋았고요.


단지 조율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지는 연주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몰입이 어려웠습니다.

2023년 11월 1일 수요일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서점에 혼자 남게 된 주인공에게 얼룩이라는 고양이가 나타나서 책을 구해달라고 합니다. 


고양이를 따라간 곳에서 그는 엄청나게 많은 책을 케이스와 자물쇠로 가둬두는 사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잘라버리는 학자. 


책을 소모품이라고 말하며 명작이 아닌 팔리는 책을 만든다는 출판사 사장.

마음이 일그러진 책을 만나게 되는데 각각을 설득하는 과정이 짧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